둘째날
오늘은 각자 여행하고 싶은곳을 여행하고 저녁에 만나 카오산에서 저녁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난 작년에 방콕의 왕궁들은 다 구경을 했지만 베리권에게 그것들은 꼭 빼놓을수 없는 것이었기에 각자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난 지난 번에 가보지 못했던 아유타야에 하루를 쓰기로 했다.
6시 30분 기상. 알람시계가 없어서 걱정했는데 밤새 달려대던 툭툭소리에 절로 눈이 떠졌다. 땡큐 툭툭. 넓은 창 밖엔 저 멀리 왕궁이 보인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대강 씻고 7시에 베리권과 숙소를 나섰다. 오늘밤 묵을 숙박비를 내고 날 밝은 방콕의 거리로 첫발을 내딛는다. 아침은 한국에서도 원래 안먹는데 재미로 뭔가를 먹으로 편의점으로 갔다. 카오산로드 세븐일레븐에 들러 샌드위치(15밧)와 마실 물(6밧), 치약과 휴지를 샀다. 편의점 앞에서 바나나 팬케익 또띠아텃을 사서 길바닥에 주저 앉아 먹고 7시 30분. 버스정류장으로.
아유타야로 가는 많은 방법이 있었지만 기차를 타보기로 했다. 번거롭지만 재밌을것 같아서. 훨람퐁 역으로 가기 위해 복권청을 지나 꾸룽타이 은행 앞에서 버스정류장에서 159번을 탔다. 차장이 돈통을 찰칵 거리면서 다가온다. 훨람퐁까지 5밧. 안내방송이 안나오니 아는 곳이 아니면 알려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 훨람퐁에서 알려달라고 하고 손잡이를 잡고 서있으니 버스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뭘봐. 20여분 지나니 훨람퐁이라는 표지가 나왔다. 응? 옆사람에게 물어보니 맞단다.
어쨋든 무사히 훨람퐁역에 도착. 기차역이니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하다. 역으로 막 걸어가는데 어떤 아줌마 둘이 와서 말을 건다. 사기꾼인지 알았는데 거기에서 일하는 무슨 봉사원 같은 사람들이었다. 어디가냐고 해서 아유타야 간다고 하니 차시간이 언제고 어디가서 표끊고 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해준다. 반만 알아듣고 반은 흘리고. 그러면서 다알아 듣는척 끄덕끄덕. 흐흐.
역에 들어서니 무슨 노래가 나오고 있고 사람들이 다 일어나서 가슴에 손을 얹고 무슨 의식을 하고 있다. 무슨 중요한걸 하는것 같은데.. 나혼자 너무 뻘쭘한 순간이다. 움직이다간 누구한테 혼날거 같아서 덩달아 가만히 서 있었다. 친절하다고 알고 잇었는데 표 끊으러 가니 별로 안친절하다. 안내소 여직원도 시간표 하나 달라니 툭 던져준다. 이런 싸갸지. 다행히 많이 기다리지 않고 8시 20분 출발하는 기차표를 끊었다. (20B)
11번 플랫폼에서 출발이다. 기차로 가니 사람들이 꽉 차 있다. 내 표를 들여다 보니 자리가 없는 입석인가 보다. 사람이 그나마 적은 칸을 골라서 기둥을 잡고 섰다. 앞에 앉은 아줌마가 꼬맹이를 일행에게 보내고 옆으로 땡겨 앉으면서 자리를 툭툭 두드리며 앉으라고 한다. 나는 자리가 없어서 앉을수 없다고 하니깐 뭐라 뭐라 태국말로 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그냥 앉았다. 아줌마들끼리 뭐라고 계속 날 보고 떠들고, 새까만 꼬맹이들이 계속 나를 힐끔 거리며 쳐다본다. 친절하고 순박한 사람들 같다. 말은 못해도 왠지 통하는 이런 마음.
한 시간정도 지나서 자리의 주인이 나타났다. 우리 나라 기차랑 똑같은가 보다. 난 입석이었고 빈자리에 앉았다가 자리 주인이 와서 자리를 내준것이다. 나에게 자리를 양보했던 아줌마도 남의 자리를 가지고 생색을 낸거지만 그래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아줌마들은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았고 난 문가에 섰다. 그 아줌마 나에게 미소를 지어준다. 미소의 나라였던가 태국? 다 부족할것만 같은 모습이건만 어디서 그런 여유로운 미소가 나오는 것인지.
아유타야 도착
9시 40분 아유타야 도착. 책도 지도도 아무것도 없다. 클리에에 넣어온 여행기와, 지도 한장이면 충분하겠지 했는데 지도가 없다니. 물어보니 지도는 없단다. 너무하지 않은가? 도시를 대표하는 기차역에 지도 한장 없다니.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뭘 어떡해야 하는거지? 일단 주워들은 풍월로 길을 건너 배를 타러 가서 강을 건넜다. 배삯2B. 내릴때 주고 내린다. 이제 정말 막막하다. 일단 길을 좀 걷기로 했다. 경찰서라도 나타나지 않을까?? 짜오프롬 시장을 좀 구경하다가 일단 찰리게스트 하우스로 가기로 했다. 그래도 가면 한국말이 통하니 길이 있겠지.
서성이니 툭툭이 왔따. 찰리게스트 하우스를 가자니 30밧을 달란다. 20밧 준다고 했다. 안된단다. 쳇 싫음마라. 돌아서니 따라와서 알았딴다 20밧. 왠일로 앞문을 열더니 타란다. 툭툭 앞에 타긴 또 처음이네 훗. 께하께하? 그러더니 무슨 이상한 게스트 하우스 앞으로 갔다. 여기가 아니라고, 왓라브라나앞에 있는 찰리 게스트 하우스라고 하니 그제서야 방향을 돌린다. 이 툭툭 기사들은 참 미운짓만 골라서 한다. 으휴.
찰리 게스트하우스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다. 문을열고 들어가 아줌마 저좀살려줍쇼 상황을 늘어 놓으니 아줌마 대강 여행지 설명도 해주시고 친절하게도 툭툭까지 불러주신다. 아 말이 통한다는게 얼마나 감사한일인가 오마이갓 땡큐. 아줌마가 소개시켜 준 툭툭기사아저씨는 태사랑에서도 친절하기로 소문난 좋은 분이었다. 휴 다행이다. 원래 한시간에 150밧인데 혼자라고 120밧에 하기로. 오늘 오전을 책임질 귀여운 파란 툭툭.
10시 30분. 아유타야 관광을 시작한다. 오전에 툭툭으로 외곽을 둘러보고 오후에 걸어서 내곽을 둘러보기로 했다. 일단 가장 먼저 TAT에 들러서 몇군데 관광지를 안내 받고 지도를 받아 들었다. 대빵 큰 지도였따. 지도를 얻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
방콕의 툭툭같이 조그마지 않고 뒷자석이 성태우같이 생긴 약간 큰 툭툭이다. 윽 이 커다란 툭툭을 혼자 빌리다니. 태국에 와서 무슨 백만장자가 된것 같군. 훗. 뒷자리에 앉아서 부는 바람을 맞으며 이동할때마다 지도를 펼쳐놓고 공부를 한다.
왓야이차이몽콘
입장료 20B 무진장 높은 탑같은 건물이 있는데 1592년 버마와의 전쟁에서 이긴 나레수앙 왕이 세운 전승기념탑이란다. 전승기념탑 주위에 재밌는 표정을 하고 있는 불상들이 있다. 계단이 있어서 올라가 볼수도 있따. 그리고 옆에는 누워있는 큰 불상이 있다. 태국의 불상들은 주로 누워 있는것 같다.
왓파난청
아유타야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라고 한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많은 입구에서 불공에 필요한 재료를 - 꽃봉오리 하나, 향 세개, 노란 초 하나 를 고무줄로 묶어서 팔고 있다. 나도 한번 사서 해볼까 하다가 그냥 옆에서 구경만 했다. 자세히 보니 그 불공셋트를 사서 초는 불을 붙여서 세워놓고 향을 피워서 꽃이랑 같이 들고 무릎을 꿇고 기도를(?)한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황금 불상이 있는데 정말로 크다.
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불상앞에 좁은 공간에 다들 무릎을 꿇고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마침 무슨 쎄리모니를 하고 있었는데 불상에 입히는 노란 천을 사서 봉양하는것 같았다. 노란 천이 있는 쟁반을 들고 있으면 어떤 사람이 와서 그 노란 천을 불상있는대로 휙 던지고 위에선 그 천을 끈에 매달아서 땡기고 뭐 그런 재밌어 보이는 쎄레모니였다. 행운을 주는 사원이라 많은 사람들이 와서 그렇게 불공을 드린단다.
왓차이왓타나람 (휴 이름도 어려워..)
나름대로 복원을 한다고 한것 같은데 마치 방콕의 왓아룬이 망가진 모습을 보는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 아름답고 평화롭고 멋진 곳이었다. 사람도 거의 없어 혼자 맘껏 산책하고 맘껏 구경했다. 강가를 향해 앉은 두 불상은 멀쩡했지만 건물안엔 목잘린 불상들이 대부분이었다. 버마 전쟁때 그렇게 다 망가뜨린것 같다. 아 가슴아픈 사연이군.
왓로카야수타람
사원은 없고 덜렁 불상만이 누워 있디. 역시나 노란천을 입은 거대한 불상이 꽃봉오리를 베고 누워 인자한 표정으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역시 불공을 드리고 금딱지 같은걸 불상 몸에다 붙인다. 팔에만 금딱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뜻은 모르겠지만 나도 떨어진 금딱지를 주워서 불상 팔에 붙였다.
가다가 잠시 코끼리캠프에 들러서 사진을 몇장 찍고 이제 마지막 코스 왓프라씨싸펫에 도착. 여기서 부터 걸어서 구경할꺼다. 13:00 아유타야 외곽 관광이 끝났다.2시간 30분동안 툭툭을 빌렸으니 300밧. 아저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안녕을 했다.
내가 더위를 먹었는지 엉뚱한 방향으로 가니 아저씨가 따라와서 그쪽이 아니라고 가르쳐 줬다. 아 정말 힘들고 정신이 없다. 카메라 밧데리도 떨어져 가고, 무엇보다 그 지독한 더위에 모든 의욕이 사라져 버렸다. 그늘에 앉아서 30분간 휴식을 취했다. 왓프랏시싸멧을 보고 그 옆의 왓프라몽콘보핏.. 다 나름의 뜻이 있었겠지만 더위먹은 나에겐 아까 본것들이랑 다 똑같아 보였다. 걸을 힘도 없고 한군데만 더 보고 방콕으로 돌아가기로 맘을 먹었다.
왓마하탓
왓마하탓까지 땡볕을 맞으며 걸었다. 탈진 직전이다. 흑.. 베리권이 생각났다. 카오산에서 신나게 놀고 있겠지? 흑 시원한 와따메론쥬스도 사먹고.. 열심히 걸어서 처음 시작했던 왓라부라나 근처까지 왔따. 왓라부라나 건너편에 있는 왓마하탓에 꼭 보고싶은게 있어서 먼저 그곳으로 갔다. 30B. 아까 그것들이랑 똑같아 보이는 폐허된 건물들엔 역시 몸통만 남겨진 망가진 불상들이 있었는데 그중 그 나무 뿌리에 싸여있는 불상 머리는 정말 신기하고도 불쌍했다..
다시 방콕으로.
이제 아유타아의 모든 일정이 끝났따. 아니 내가 대강 끝냈다. 이제 방콕으로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여기서 버스터미널이 가깝기도 하고, 도저히 서서갈 힘이 없었기 때문에. 맞은편에 있는 터미널로 가야하는데 정상적인 방법으론 길을 건널 수가 없는 이상한 동네다. 신호등도 없는 대로를 그냥 막 건너서 마지막 힘을 다해 버스 터미널로 갔다.
마침 출발하려는 버스가 있었다. 차장아가씨가 날 보더니 어떻게 알고 얼렁 오라고 손짓을 했따. 에어콘 있는 버스. 아 살것 같다. 방콕까지는 45밧. 파타야갈때도 안줬던 차내서비스(?)가 있다. 물이랑 빨때를 준다. 3시 버스가 출발한다. 휴. 힘들다. 방콕 세군데 버스 터미널중 어디에 내리는 버스인지 물어보니 남부터미널이면 좋은데 북부 터미널로 간단다. 에잇.
다시 방콕.
4시 20분. 1시간 20분이 걸려 북부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먹구름이 끼고 바람이 막 불더니 비가 쏟아졌다. 스콜인가. 우산도 없는데 이런. 밥이나 먹으면서 비 그칠때까지 기다려 보려고 터미널의 식당으로 갔다. 식권을 끊는데 말이 안통해서 애 먹었다. 왜 영어가 안통하지. 생존태국어를 몇개 적어왔는데 그렇다고 어줍짢은 태국말은 더더욱 안통한다.
우여곡절끝에 치킨덮밥을 시켰다. 연약한 닭살을 대빵 큰 식칼로 싹싹 여며 밥에 올려준다. 먹고 나왔는데 그래도 비가 안그쳤다. 무작정 기다릴수 없는 일이었다. 버스 타는곳을 몰라서 좀 헤매다가 보니 시내버스 타는곳에 와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따 ㅋㅋ. 아무래도 나의 본능적인 욕망이 버스정류장을 찾은것 같다.
구석탱이에서 카오산으로 가는 3번 버스를 잡아 탔다. 에어콘도 없는 찜통 버스다. 그래도 비가 오니 시원하군. 4시 50분에 버스 출발. 렛츠고홈~!!
키가 조그만한 차장아저씨가 거의 신들린 사람처럼 새로 탄 사람들을 알아보고 돈통을 착착거리며 다가가 요금을 받아냈다. 왜 도대체 이런 방법을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방법을 악용해 돈 안내고 버스 타는 사람들 많을것 같다. 하긴 버스에 타고 내리는문이 하나뿐이니 버스를 통째로 갈던지 해야겠군..
카오산의 저녁. 차가 너무 밀려서 6시가 되어서야 카오산에 도착했따. 방콕 시내의 교통체증도 대단하더군.. 아유타야까지 왕복 5시간이 걸렸네 이런. 카오산에도 비가 내렸나보다. 일단 숙소로 가보니 아직 베리권이 오지 않았다. 대강 정리하고 카메라 충전 시켜놓고 기다리니 베리권이 나타났다. 싸롱이라도 입고 나타날줄 알았는데 길거리에서 파는 무슨 어묵같은걸 들고 나타났다. 태국음식이 자기한테 딱이란다. ㅋㅋ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카오산로드는 역시 아침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길거리 음식점. 오픈바. 노점상들. 이곳을 왜 여행자의 천국이라고 하는지, 내가 왜 그토록 그리워 했는지.. 그거리를 걸어본 사람만이 알것이다. 가이드북에 나온 가고 싶었던 레스토랑을 찾지 못하고 그냥 길에 있는 아무 레스토랑에나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주위 외국 여행자들은 정말로 시끄럽다. 정말 친한건지 친한척 하는건지 아무튼 자기네들끼리 열라 친한척한다.
나와서 드디어 수박주스를 먹으러 갔다. 카오산거리에는 과일주스를 파는데가 없어서 한블럭 더 가서 람부뜨리거리까지 갔다. 2년이나 지났는데 가격이 똑같다. “와따메론” 하니 아자씨가 한번에 알아듣고 수박 주스를 만들어 주었따. 베리권이 옆에서 태국말 잘한다고 막 놀렸다. ㅋㅋ 봉다리 수박주스. 아 얼마만인가아~ 각자 오늘 한 여행을 이야기 하며 거리를 걷다가 편의점에서 물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무진장 피곤한 밤이다. 잠이 절로 쏟아지는군.
Topic: thailand-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