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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Ocean Walk #4 Cape Otway Lightstation · Aire River Campground
17 Nov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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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오트웨이Cape Otway ~ 아이어리버Aire River

최지영이 동행한다. 이번 여행은 나의 GOW Part2와 최지영의 첫캠핑. 금요일 저녁에 만나 같이 저녁을 먹고 장을 보고 집에 와 일정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 두번째라고 풀어진 마음가짐과 짐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는 가벼움에 그제서야 주섬주섬 짐을 싼다. 먹을것은 끼니별로 봉지에 나눠서 아이스박스에 넣고, 캠핑 테이블, 캠핑 의자. 이것저것 그냥 닥치는대로 모아본다. 현관앞에 짐을 모아 놓고 보니 이것은 1박2일이 아니라 무슨 일주일 홀리데이 떠나는 분량의 짐더미. 몸이 편할라면 짐이 많아지고 짐을 줄이려면 몸이 불편해지는 캠핑 짐싸기의 법칙. 이번엔 몸 좀 편해보자.

토요일 아침. 출발은 0700로 예정했지만 조금 늦어진 일정. 어차피 해는 길고 끝나면 딱히 할 일도 없을테니 여유가 있다. 가는 길은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언제나처럼 맥도날드에 들러 커피를 한 잔 하고 늦은 주제에 심하게 여유를 부린다.

화장실을 가려고 Anglesea 에 잠시 들렀다가 길게 늘어선 줄에 놀래 Lorne으로 이동. 잠시 쉬었다가 바로 출발. 날씨는 좋은데 아폴로베이는 무척 한가하다. 주유소에들러 오늘밤 캠프파이어를 위해 Firewood를 산다. 20kg에 $18. 장작때문에 산을 헤메고 다닐 필요 없이 오늘밤은 이놈으로 편하게 해결해보자.

나의 트래킹은 Cape Otway에서 시작하지만 일단 오늘밤 캠핑을 위해 캠프를 먼저 구축하고 움직이기로 했다. 구불구불한 Great Ocean Road를 타고 Aire River로 가는데, 지도를 안가져오고, 뭘믿고 네비도 안켜고 가다가 입구를 놓쳐서 우왕좌좡. Glenaire 까지 가서야 이름도 없는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려 Aire River West Campground에 진입했다. 상태가 썩 좋지 않은 비포장 도로긴 했지만 다행히 우리의 Getz로 당당하게 Campgroun에 도착했다. 감격스런 순간.

텐트를 어디다 칠까 이리저리 돌다가 적당한 자리를 찾았다. 말뚝을 박아놔서 차는 들어올 수 없지만 잔디가 예쁘게 깔려 있고 파이어핏을 중심으로 테이블이 세개나 있고 화장실도 근처에 있는 조용한 곳. 새로산 3인용 텐트를 숙달된 실력으로 후다닥 치고 흡족해 하며 점심을 먹는다.

바로 그때 우리를 스쳐가는 사람들의 행렬. 즉, 남들 끝날 시간에 우린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소리. 시간은 이미 한시를 넘기고. 삼각김밥과 과일을 먹고 배가 불러오자 아 조용하고 날씨도 좋고 그냥 여기 앉아서 책이나 읽으면서 이 고요한 풍경에 파묻히고 싶어지는 마음. 허나 뜻한 바가 있으니 엉덩이를 털고 일어난다. 하기 싫을수록 단호하고 미련없이.

다시 차를 타고 아까 놓친 Hordern Vale Road로 나간다. 길상태는 훨씬 좋다.

날씨도 좋코. 파랗고 파란 풍경. 설렌다.

지난번 끝난 지점 등대 주차장으로 가는 도중, 그 창밖에서 우연히 발견한 GOW 화살표. 어 저거 뭐야.

그리고 그 화살표가 가르키는 건너편. 헉.

지난번 내 뒤로 따라오던 할아버지가 어느지점부턴가 보이지 않았던 것. 찻길을 걸어가며 길이 뭐 이따위냐며 투덜댔던건 모두 내가 코스를 벗어나 길을 잘못 걸었기 때문이다. 숲을 나와 왼쪽으로 걷던 그 오솔길이 사라진 순간 이미 나는 그 지점을 지나왔던 것이다. 왼쪽 길에서 찻길을 건너 찻길 옆 수풀속으로 연결되는 화살표가 있었고 나는 그걸 지나쳐 위험한 찻길을 혼자 걸었던 것이다. 비록 Part1이 주차장에서 끝났지만 걷지 않은 길이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고민의 여지가 없다. 지영과는 중간지점에서 만나기로 하고 그 지점에서 내려서 잘못 걸었던 길에 새로 발자국을 남기기로.

오늘의 경로. Otway Lightstation에서 Aire River Campground까지 9.3km. 거기에 2km 추가.

거리는 2km 정도 늘어나지만 기쁜맘으로 시작한다. 오히려 이렇게 발견한게 다행인 길.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놓쳤다니.오늘 그 화살표를 보지 못했다면 난 계속 그 험난했던 찻길 2km를 생각하며 이 구간을 기억했겠지.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뭘로 보고.

걷다가 문이 나와 순간 당황했지만 고리를 열고 들어간 후 다시 닫아두면 된다.

약 2km 남짓 걸어서 도착한 등대 주차장. 주차장을 지나 이제 정말 걸어보지 못한 새로운 길로 접어든다.

현재시각 14시. 남들 다 끝낸 시간에 이제 시작한다. 오전에 늑장을 부린 결과다. 언제나 문제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깨달음으로 시작하는 오늘. 여러가지로 교훈을 주는 고마운 위대한 바닷길. 겸손한 마음으로 걷자.

멀리 Cape Otway 등대가 보인다. 저기는 지난번에 왔을 때 올라가 봤으니 이번엔 패스.

부담없이 오솔길로 시작.

햇볕이 따갑지만 오늘따라 바다가 표현할 수 없이 파랗다.

등대에서 약 2.5km 지점. 숲을 나오자 펼쳐진 풍경.

지난번 현정언니가 말했던 그 낭떠러지(?). 이곳이 그곳인가보다.

절벽위 녹색 낮은 나무들과.

파란 하늘 옥색 바다. 오늘의 뷰포인트 되시겠다.

혼자 보기 아깝지만 카메라 앵글엔 반도 들어오지도 않는 이 슬픈 뷰. 한동안 시간을 보내며 실컷 감탄하고 맘껏 가슴에 담는다.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이 계속 펼쳐진다.

주변엔 몽환적이기까지 한 강아지풀이 지천에 널려있다.

가끔씩 나무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난 왜이리 좋니.

바로 이런길이 내가 생각하던 그레이트 오션 웍이다.

반짝이는 바다를 보며

낮은 나무 사이로 난 흙길을 걷는 것.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길.

요런 board walk을 만나면 더욱 기분 좋아진다. 한걸음 한걸음이 기쁘다.

등대에서 약 4km 지점. Decsion Point가 나온다. 바닷길로 갈 것이냐 산길로 갈 것이냐.

지금까지 산길을 걸었으니 이번엔 바다로 내려가 백사장을 걸어볼까.

Beach Walk은 길이도 더 길 뿐만 아니라 모래밭이라 걷기가 더 힘들겠지만

별 망설임 없이 Beach Walk을 선택하고 모래산을 타고 바닷가로 내려간다.

모래사장. 이 넓은 바닷가를 나 혼자 걷고 있다. 걸어온 길 돌아보기.

혼자 걸을 땐 주변의 사물과 자연에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어서 좋다.

사소한 풀 한포기에도 눈길이 간다.

나를 피해 슬금슬금 걸어 도망가는 갈매기들.

바다를 30여분 걷고 다시 산길로 올라온 지점이 딱 2시간 30분 지점. 4시30분까지 만나지 못하면 캠프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아직 만나지 못했으니 아마도 내 뒤에서 산길로 걸어오고 있거나 내 앞에서 캠프로 돌아가고 있겠지.

다시 산을 올라 바다를 등지고 걷는다.

파도소리가 등뒤로 멀어지고 숲으로 들어간다.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천천히 베이스 캠프로 돌아가는 길. 어느새 고지가 내려다 보이는 마지막 룩아웃이다.

저멀리 Aire River가 돌아 나와

바다를 만나는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이곳은 2km 정도 남은 지점. 현재시각 17시.

셀카도 한장.

오늘은 4시간이 넘게 걸으면서 사람이라곤 단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 하긴 남들 다 끝낸 시간에 시작했으니 누굴 만나리요. 해가 길어져서 다행이지 아니었음 산에서 길을 잃고도 남았다. 하물며 중간쯤에서 만날거리 기대했던 최지영마저 못만나고 혼자보기 참말로 아까운 몇군데를 지나쳐야 했다.

거의 다와 산을 내려가는데 그제서야 저 앞에서 오고 있는 지영. 어쩐일인가 했더니 길을 잃으셨단다. 바닷가 암벽을 타다가 이것은 아니다 싶어 되돌아 와서 보니 코딱지만한 표지판이가 나무 뒤에 숨어 있었다고 투덜 투덜. 갈림길에선 언제나 눈을 뜨고 화살표가 어느쪽을 가리키고 있는지 잘 봐야한다. 나는 익숙하지만 오늘 이 화살표를 처음봐서 익숙치 못한 최지영은 충분히 저지를만한 실수다. 그리고 대부분의 모든 표지판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걷는 사람들에게 잘보이도록 설치 되어 있으니 반대로 걸을 경우 더더욱 신경을 써야할 부분.

강아지풀이 옆으로 늘어선 길. 어쨋든 거의 마지막에 상봉하여 아주 짧은 거리를 함께 걷는다.

바로 캠프가 손에 잡힐 듯한 이 곳.

날도 어두워지고 배도 고파오니 오션웍은 맛만 보고 오늘은 함께 하산.

푹푹 모래길을 걸어 캠프로 가는 길.

평화로운 캠핑장이 내집처럼 느껴진다.

캠프로 돌아오니 우리가 찍어둔 파이어핏을 차지한 옆텐트 팀. 자리를 옮겨서 텐트 재설치. 이텐트는 오지디스포잘에서 산 $50짜리 3인용 텐트인데 설치하기 쉽고 앞뒤로 난 문에, 전실도 넓고, 앞문을 올리면 더 큰 공간이 생기는 전천후 텐트. 제품의 브랜드 보다는 용도에 맞는 텐트를 고르는 과정에서 편견없이 산 텐트인데 여러가지로 볼 때 합리적인 소비였다. 간밤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 끄떡 없었다.

저녁시간. 둘이서 BBQ는 아무래도 오바. 만만한 고구마 옥수수 소세지. 저녁을 먹는 동안 미친듯이 달려드는 하루살이들. 쏘세지에 고구마에 달려들어 먹는걸 방해하는 건 둘째 치고, 이것들이 깨문다. 눈앞에서 정신없이 만들어 놓고 방심한 사이 살이 드러난 목 허리 손목 어디랄 것 할 것 없이 따끔따끔. 야 무슨 하루살이가 무냐?하며 테이블을 옮겨 보지만 같이 따라오는 놈들.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느지 모르게 정신없이 먹고 불을 피우고 나니 그제서야 사그라 든 벌레떼. 그 따끔따끔 한 것들은 다음날 집에 오니 부어오르고 물집까지 생기는 등, 머리털 나고 곤충에게 당한 최대습격사건. (그래 하루살이 아니었다. 이것들이 하루살이가 아니라 그 악명 높은 샌드플라이라는 것을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가려워서 긁느라 잠을 못자고 회사에서 근무를 할 수 없을 정도. 목요일이 되어서야 대충 가라앉은 상처들. 그간 캠핑하며 모기에 물려본 적이 없는데 방역을 게을리 한 죄 값을 아주 단단히 치뤘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캠프파이어. 불 붙이고 안정권에 접어드는데만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은근한 불길을 보며 맥주 한잔에 이런저런 얘기. 시간은 깊어간다. 어느새 열시를 넘기고 열한시. 구름이 껴서 별은 보이지 않지만 비도 오지 않는 감사한 밤. 옆집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가 다 들리는 고요한 밤. 나무는 20kg 절반도 못쓰고 만다. 내일도 날씨가 좋다고 했으니 대강 정리하고 잠자리로.

오늘의 총 이동 거리. 12.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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