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어리버Aire River ~ 조한나비치Johanna Beach
간밤에 비오는 소리에 깬 것 말고는 내 집 안방처럼 편하게 잘 잤다. 갈수록 야생에 길들여져 가는 것인가. 언제나처럼 새소리에 깰 줄 알았는데 웬걸 최지영 그릉거리는 숨소리에 깼다. 고질 비염 환자. 저러다 숨 못쉬고 가는거 아닐까 싶을정도로 힘들게 숨을 쉬며 자고 있는 이여자를 깨울까 말까 속으로 생각하면서 그 거친 숨소리를 세다가 다시 잠이 든다. 그리고 다시 눈 뜬 시간 어김없이 06시.
다행히 비는 그치고 이미 해는 떠올라 밖이 환하다. 동쪽 산너머로 조금씩 해가 올라오고 있다. 밤새 온 비로 젖은 주변을 정리하고 아침식사. 원래 메뉴는 고구마였는데 고구마가 예상보다 맛이 없는데다 기다림이 지루한 관계로 비상식량으로 급 전환, 이럴 때를 대비해 준비해 간 BackCountry 동결 건조 음식. Chicken Soy 를 사이좋게 나눠먹는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Backcountry , 어느새 생겨난 믿음에 뿌듯하다. 밥먹고 과일에 커피까지 마시고 짐정리. 젖은 플라이를 대강 털고 텐트도 대강 접어서 차에 아무렇게나 쑤셔넣는다. 이래서 차가 있는 여행은 그 편리함과 든든함이 그 어떤 남자를 데려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
오늘의 구간 공식 경로 13.9km.
나는 이 지점에서 바로 출발. 사진 찍어줄 사람은 없고 그림자로 대신. 출발시각 0820. 06시에 기상해서 서두르지도 느긋하지도 않게 밥해먹고 정리하면 늘 딱 이시간에 출발이다. 최지영에게 몇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바로 출발한다. 예정은 Johanna Beach 에서 만나 어제보다 이른 시각에 중간에서 만나는 것. Johanna Beach 까지는 잘 포장된 도로로 차량 접근이 매우 용이하고, 비교적 큰 캠핑장이라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지만 Aire River 쪽으로 걸어야 하며, 혹시라도 어제처럼 길을 잃을까 화살표 표지판을 놓치치 말라는 주의를 주고 해산.
오늘 코스는 오르막으로 시작한다. 워밍업으로 딱 좋은 경사.
아침에 걷는 숲길은 신비한 에너지를 준다. 많은 것들이 손을 흔든다.
오늘은 DSLR을 들고 나섰으니 사진을 열심히 찍어볼까? 오늘의 테마. 오션웍을 빛내는 야생화.
숲길을 벗어나 절벽 능선으로 걷는 길이 시작되니
내가 걸어온 길과 양탄자처럼 펼쳐진 파도가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한다.
아슬아슬 절벽 언덕을 따라 걷는 길. 바다에 정신 팔려 구경하다 발을 헛딛지 하지 않도록 더더욱 조심해야 하는 순간.
내가 걷는 이 길은 Great Ocean Walk.
아침 수풀을 헤치다 보니 신발이 다 젖었다.
내가 좋아하는 꼬실꼬실 한 나무들.
키높이 정도의 나무들 사이에 난 길을 꼬불꼬불 걷다보면
종종 이런 감격스러운 뷰가 나타난다.
지금까지 중 바다가 가장 많이 보이는 코스.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이 다 바다길이다.
오늘은 어제와는 다르게 반때쪽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을 두팀이나! 만났다. 커플 하나와 네명의 할아버지들. 나처럼 혼자 걷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약 5.5km 지점. 잠시 쉬었다 간다.
가방이 가벼우니 더 자주 쉬게 된다는 것.
저멀리 Lookout에 들고나는 사람들이 코딱지 만하게 보인다. 저들도 내가 보일까? Lookout 쯤에서 최지영을 만나게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못만나고 계속 걷는다.
이런 곳에 누가 이런 돌을 깔았을까. 궁금해지는 길.
이길을 걸을 수 있음이 얼마나 행운인가. 많은 사람들이 와서 사진만 찍고 가는 길을 나는 한발한발 걷고 있다는 사실에 괜히 으쓱해진다.
계속 이어지는 오션 웍.
흙색과 녹색의 조화.
이 오묘한 자연의 색.
꼬불꼬불 이어진 길. 뷰는 거의 비슷하지만 그래도 난 볼 때마다 감탄하고 사진찍고.
돌아보고 감탄하고.
걸으면서 감탄하고.
8km 지점. 오늘의 뷰포인트. 오늘 멋진 풍경이 아주 많았지만 그중에 특히 이 곳을 뽑겠다.
앉아서 엽서도 한 장 쓰고 한참을 앉아 있는다.
내가 걸어온 길이 한폭의 그림처럼 내려다 보이는 곳.
이제 잠시 절벽을 벗어나 inland로. 경제적인 Board walk.
어제는 강아지풀, 오늘은 GRASS TREE. 오늘의 숲길엔 이 Grass Tree가 온통 널려있다. 하나 뽑아서 집에 가져오고 싶네.
으아 그림이어라. 이그림을 마지막으로 숲을 벗어나 이제 드디어 바닷가로 내려간다.
이제 Beach Walk이 시작되고 오늘의 종착지 Johanna Beach가지는 2km정도 남은 상태. 아직도 최지영을 만나지 못했다. 슬슬 걱정이 되던 중에 전화기를 켜보니 신호가 잡히고 문자가 들어온다. 다행히 살아있군. ㅋ
이곳은 바로 그 유명한 Johanna Beach. GOW중에서도 최고의 코스로 꼽히는 곳이다.
어제처럼 바닷가를 걷는데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신발을 벗었다. 신발을 벗고 들고가는것은 귀찮은 일이었지만 고생한 발 오션웍 구경도 시켜줄겸. 그리고 얼마 안가 River Crossing이 있을 것이므로. 발가락 사이를 파고드는 시원한 바닷물과 모래알. 신발은 배낭에 대강 매달고 백사장을 걷는다. 들고 나는 파도와 장난하며 걷는 길은 절대 지루하지 않다.
사막 퓔 나는 이 곳.
저멀리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니 캠핑장이 멀지 않았다는 소리.
느낌이 너무나 폭신폭신한 이 길이 끝나가는 것이 아쉽다.
개랑 공놀이 중인 한 남자.
파도에서 낚시 중인 아저씨.
땡볕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는 한 여자.
이제 Johanna Beach에서 캠핑장으로 올라가야 하는 길.
바다는 여기서 잠시 안녕.
잠시 앉아 젖은 발을 말린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이 햇살과 파도소리를 맘껏 느낀다.
캠프 그라운드를 지나고 Red Johanna Rd 끝에있는 주차장에 다다르니 저 멀리 보이는 차.
어찌된 일인지 캐묻다 보니 역시나 약속한 길과 반대방향, 말하자면 서쪽으로 걸어갔다 오셨다고. 나는 바다를 걸으며 황홀했던 그 감동이 무안하리만큼 피곤한 표정이다. 과연 집에는 갈 수 있을지?
예정보다 늦어진 시간때문에 서둘러 출발한다. 창밖의 풍경에 흥분이 쉽사리 가라앉질 않는다.
그림같은 이 풍경.
30여분 후 아폴로베이.
늘 그렇듯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아폴로 베이. 이런 색은 처음이야.
집에 오는 길. A1을 타려고 했는데 오다보니 Great Ocean Road를 되돌아 가고 있는 우리. 정신줄 놓고 있다가 입구를 놓친 덕분에 다시 꼬불꼬불한 길을 가지만 올 때와는 다른 뷰에 나쁘지만은 않다. 날씨도 코스도 환상이었던 코스.
오늘의 총 이동거리. 13.4km.
오늘의 작품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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