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y Me
Wilsons Prom Overnight Hiking #3 Little Waterloo Bay · Roaring Meg
10 Ma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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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Waterloo Bay - Lighthouse - Roaring Meg*

오늘의 약속된 출발 시간은 8시 30분. 아침을 먹고 텐트를 철수하고 다시 배낭에 짐을 정리하려면 2시간 전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나는 어제 무리한 이유로 몸이 무겁다. 아줌마 두분은 아침 수영을 가시고 나는 7시쯤 그 분들이 돌아오는 소리에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침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짐을 싼다. 아침이라봤자 뮤슬리지만 물을 끓여서 식히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기에 팔팔 물을 끓이고 미지근하게 식는 동안에 난 짐을 밖으로 다 끌어내고 텐트를 철수하고 다시 배낭에 차곡차고 넣었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출발에 앞선 정비. 양쪽 새끼 발가락에 빨갛게 물집이 생기긴 했는데 별로 심하지 않은 상태, 밴드를 대강 붙이고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지만 발가락 양말도 신었다. 준비 완료.

어제 걸었던 길을 되돌아 나와 Waterloo Bay의 하얀 모래밭을 걷는다. 어제는 산들산들 바람이 불었는데 오늘은 바람 한점이 없다. 싸이트를 출발해 워밍업하기 좋은 2km정도의 평지가 이어지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은 바닷가를 걷는다. 아침부터 하얀 모래를 밟으려니 감개무량. Beach Walk의 끝에는 언제나 오르막이 있기 마련. 앞으로 계속될 약 3km정도의 오르막에 앞서 잠시 개인 정비 중. 리더 Di는 언제나 한손엔 지도를 들고 걸었다. 올라가는 길은 힘들지만 걸어온 길을 돌아 보고 한 숨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고요한 아침바다. 바람이 없으니 파도도 없다. 한 6km 걸었나. 어느덧 저멀리 보이는 Light house. 오전 전반전은 리더 Di가 선두에서 페이스를 잡았다. 그 뒤를 철녀 Su가 바짝 따라가고 그뒤에 나 그리고 Fran. 오늘 길은 조금 험하다. 어제 긴바지를 입었더니 더워서 오늘은 아줌마들처럼 반바지를 입었는데 수풀을 헤치고 걸으려니 쓸리고 걸리고 난리도 아니다. 점점 더 야생녀(?)가 되어 가는듯. ㅋ Light House는 Wilsons Prom의 최남단은 아니지만 거의 호주의 남쪽 땅끝이다. 저멀리 등대로 가는 오르막이 보인다. 우리는 갈림길에서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배낭을 잠시 내려놓고 물통만 들고 등대로 간다. 여기가 아마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아닐까 싶다. 어디든 먼저 도착해 꼼꼼히 주변을 둘러보시는 이분. 저 끝에는 소박한 등대가 서있고 등대 주변에는 숙소가 있다. 신나게 걷고 이런 멋진 곳에서 하룻밤 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쉴 때도 아무데서나 쉬지 않는 아줌마들. 그늘이 있고 아름다운 뷰가 있는 곳을 찾아 잠시 등대 주변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돌담 그늘에서 우리는 나란히 기대어 앉아 땀을 식힌다. 엉덩이가 무거워지고 잠이 오려고 해서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떠나야 할시간. 우리도 등대처럼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섰다. 감동수치의 레벨이 비슷했던 아주머니 세분. 20년간 부쉬워킹을 하시면 수없이 보셨을 이 그림에 오늘도 다시 감탄하신다. 내려 오면서 수돗가에 들러 물통에 꽉 채우고 든든한 마음으로 다시 배낭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등대에서 약 한시간을 넘게 보내고 나니 오늘의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서둘러 걷다보니 어느새 저 멀리 코딱지만하게 보이는 등대.

Roaring Meg까지 가는 길에는 선택이 있었는데 길고 쉬운 Vehicle Road와 짧고 험한 Walking Track. 난 배낭보다 발이 아팠기 때문에 걸음을 단축하고 싶어서 험해도 짧은 길로 가고 싶었지만 험한 길이 싫으신 아줌마들은 결국 잘 포장된 Vehicle Road를 선택했다. 마지막 길은 모두 지쳐서 대오도 흐트러지고 각자 페이스대로 걷는다. 홀로 걸었던 마지막 약 3km는 정말 발가락에서 불이라도 나는 줄 알았다.

5시가 넘어서 오늘의 캠프 Roaming Meg Campsite에 도착을 했다. 오늘 걸은 거리 약 19km. 배낭 메고 19km를 걸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오늘도 배웠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신발을 벗어 던지고 텐트를 대강 쳐놓고 싸이트 아래 쪽으로 내려가니 크릭에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땀에 젖은 몸뚱아리도 대강 씻어내고 나니 그제서야 원기 회복이 된다. 옷도 빨아서 널고 나니 시간은 이미 저녁 먹을 시간. 호주 본토 최남단 South Point (왕복5km) 에 가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도 없었고 힘도 없었다. 저녁을 제일 먼저 해먹고 해 떨어지기도 전에 아니 아줌마들 수저 놓으시기도 전에 텐트로 들어왔다. 발가락에 생긴 물집들을 처리하고 누우니 내일이 걱정이다. 이 물집 때문에 내일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다 잠이 든다. 물집이랑 배낭이랑 바꾸실 분?..

Topic: wilsoms-prom-hi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