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갈길이 멀다. 남은 20km 여를 걷고 다시 4시간 차를 운전해서 멜번으로 돌아가야 한다. 빅데이중 빅데이다. 깜깜한 6시 기상. 새벽에 잠시 비가 뿌리긴 했지만 아침엔 조용했다. 밤새 발이 낫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느라 잠도 설쳤다. 눈뜨자마자 발가락을 만져보니 다행히도 새끼발가락 물집은 나아진 듯했다. 할렐루야~ 조용히 아침을 먹고 떠날 채비를 한다. 짬빱도 없는 주제에 꾸물거리기까지 하면 민폐가 될 것 같아서 민첩하게 철수 완료. 아줌마들보다 일찍 떠날 준비 완료. 어제 저녁에 물을 많이 확보해서 꿀꺽꿀꺽 많이 마셨더니 오늘 아침엔 화장실에서 똥도 눴다.오래 자서 그런가 몸도 가뿐 마음도 가뿐.
Norman Point에서 나무그늘에 배낭을 내려놓고 점심을 먹고 나니 생각보다 일정이 빨리 끝날 것 같아서 우리는 Norman Bay에서 수영을 하기로 했다. 아줌마들 물 너무 좋아하셔..
30여분 물놀이를 하고 이제는 정말 집에 가야할 시간. 물을 뚝뚝 흘리며 Tidal River로 돌아오니 감개무량 할 뿐. 엇그제 이곳을 떠나 이 연약한 두 발로 그 길을 걸어 다시 여기에 왔다니. 그 감격을 뒤로하고 Di와 나는 차를 가지러 다시 걷는다. 주차장으로 가는 약 15분 만에 젖었던 옷은 다 말랐다.
*백패킹에서의 생각의 포커스는 발가락의 물집, 등에맨 무거운 배낭, 먹을 음식과 마실 물 등. 평소엔 결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없는 사소한 것들이지만 여기서만큼은 매우 중요한 것이기에 그것들을 생각하느라 결코 평소 일상에서의 다른 문제들을 고민할 시간이 없다. 아니 문제 자체를 잊게 된다고나 할까. 일상에서 쏙 빠져나와 잠시 다른 삶을 살다 집으로 갈 땐 마치 새로 태어난 느낌으로 돌아가게 된다. *
15시쯤 멜번으로 출발. 올땐 6시간이 걸렸지만 갈땐 3시간만에 도착. 이 피로함이 아직은 좋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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