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ring Meg - Half Way Hut - Oberon Bay – Tidal River*
오늘 갈길이 멀다. 남은 20km 여를 걷고 다시 4시간 차를 운전해서 멜번으로 돌아가야 한다. 빅데이중 빅데이다. 깜깜한 6시 기상. 새벽에 잠시 비가 뿌리긴 했지만 아침엔 조용했다. 밤새 발이 낫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느라 잠도 설쳤다. 눈뜨자마자 발가락을 만져보니 다행히도 새끼발가락 물집은 나아진 듯했다. 할렐루야~ 조용히 아침을 먹고 떠날 채비를 한다. 짬빱도 없는 주제에 꾸물거리기까지 하면 민폐가 될 것 같아서 민첩하게 철수 완료. 아줌마들보다 일찍 떠날 준비 완료. 어제 저녁에 물을 많이 확보해서 꿀꺽꿀꺽 많이 마셨더니 오늘 아침엔 화장실에서 똥도 눴다.오래 자서 그런가 몸도 가뿐 마음도 가뿐.
예정대로 8시 출발. 이른 아침 더 맑게 느껴지는 아침 공기.
갈길이 먼 관계로 출발하고 한 세시간 동안은 엄청난 속도로 걷는다.
중간에 Halfway Hut을 지난다. 사이트를 둘러 보고 화장실에 잠시 들렀다 바로 출발.
대열에 낙오 없이 모두 같은 속도로 거의 경보수준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Wilsons Prom의 서쪽 해안에 도착을 했다.
여기는 Oberon Bay.
기념 사진도 한 장 찍고.
리더 Di의 제안으로 우리는 신발을 벗고 바닷가를 걷는다. 신발을 벗으니 기뻐하는 나의 발가락들. 이렇게라면 10키로라도 더 걸을 수 있어.
한참을 걷다가 아쉽지만 다시 신발을 챙겨 신고 산으로 오른다. 걸어온 Oberon Bay를 내려다 보니 주름같은 파도가 아름답다.
여기서 다음 목적지까지는 약3km. 우리의 런치 포인트 Norman Point로 향한다.
Little Oberon Bay 와 Norman Point가 보인다. 바다 색깔이.. 이건 뭐라고 해야하나?
Norman Point에서 나무그늘에 배낭을 내려놓고 점심을 먹고 나니 생각보다 일정이 빨리 끝날 것 같아서 우리는 Norman Bay에서 수영을 하기로 했다. 아줌마들 물 너무 좋아하셔..
어느새 저 멀리 오늘의 종착지 Norman Bay가 보인다. 마음은 가기 싫은데 발걸음은 빨라진다.
13시 쯤 목적지 Norman Bay에 도착. 만세를 외치고 신발을 벗고 걷는다. 이제야 아쉽다.
바닷가를 걷다가 적당한 곳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줌마들은 번개 같은 속도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에 뛰어 들었다. 나도 입은 옷 그대로 그냥 물로 첨벙. 으하하하~ 이맛이야! 뒷일은 뒤에 생각하자고. 물에 떠있으려니 3일간의 피로가 사라지는 듯 하다.
30여분 물놀이를 하고 이제는 정말 집에 가야할 시간. 물을 뚝뚝 흘리며 Tidal River로 돌아오니 감개무량 할 뿐. 엇그제 이곳을 떠나 이 연약한 두 발로 그 길을 걸어 다시 여기에 왔다니. 그 감격을 뒤로하고 Di와 나는 차를 가지러 다시 걷는다. 주차장으로 가는 약 15분 만에 젖었던 옷은 다 말랐다.
차를 몰고 Tidal River로 돌아와 짐 정리 하고 밀크쉐이크 먹으며 정산. 3박4일 이곳을 걷는데 든 비용은 $37. 내가 걸은 거리 60.5km. 하루에 20km 꼴로 걸었다. 휴.
*백패킹에서의 생각의 포커스는 발가락의 물집, 등에맨 무거운 배낭, 먹을 음식과 마실 물 등. 평소엔 결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없는 사소한 것들이지만 여기서만큼은 매우 중요한 것이기에 그것들을 생각하느라 결코 평소 일상에서의 다른 문제들을 고민할 시간이 없다. 아니 문제 자체를 잊게 된다고나 할까. 일상에서 쏙 빠져나와 잠시 다른 삶을 살다 집으로 갈 땐 마치 새로 태어난 느낌으로 돌아가게 된다. *
15시쯤 멜번으로 출발. 올땐 6시간이 걸렸지만 갈땐 3시간만에 도착. 이 피로함이 아직은 좋다. 끝.
Topic: wilsoms-prom-hi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