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핑을 간다. 세여자. 절대 캠핑 따윈 가지 않을 것 같던 재은언니와 요즘 사교계 활동으로 바쁘신 현정 언니. 어쩐일로 언니들이 먼저 캠핑을 가자고 하셨다. 두 언니님들을 모시고 어디를 갈까 고민 끝에 멜번에서 그리 멀지 않으며 각종 편의시설이 구비되어있고 캠프파이어가 가능한 Upper Yarra Reservior로 골랐다. 토요일 아침 재은언니네 집에서 모여서 장을 보고 커피를 마시고 매우 여유롭게 캠핑장으로 간다.
우리의 베이스 캠프. 캠핑장은 정해진 구획이 없는 그냥 넓은 잔디밭. 아무데나 맘에 드는데 자리를 잡으면 된다. 단풍나무가 빛나는 이 자리는 파이어핏이 가까이에 있고 평평하기까지. 우리를 딱 기다리고 있네. 재은언니가 6인용 텐트를 빌려왔다. 각 잡는데 힘들었지만 약 한시간에 걸려 진땀을 흘리며 텐트를 완성했다. 늘 일인용 텐트에서 자던 나에게 6인용 텐트는 운동장이다.
텐트를 친다고 설치고 나니 허기가 밀려온다. 통나무 근처에 라운지를 만들고 우리는 컵라면에 물을 붓는다. 컵라면을 앞에 놓고 좋아하고 계시는 두 언니님들. 캠핑에 급 관심을 보이시는 재은언니에게 나는 내 빨간 가방을 열어놓고 캠핑 장비로 시작해 지오캐싱Geo Caching까지 침을 튀며 브리핑.
점심을 먹고 배가 부르니 남은 일은 산책이다. 워킹 트랙 주변으로 두어개의 캐쉬도 있어서 야심차게 걷자고 나섰는데 결국 한 시간도 안되서 돌아왔다. caching도 공치고 걷는것도 그냥 그렇고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와서 근처에 뗄감이 있는지 둘러봤는데 마땅치않다.
뗄감 찾아 삼만리. 결국 차를 타고 나섰다. 위쪽으로 올라가다보니 막다른 길엔 Upper Yarra Reservoir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소박한 룩아웃이 있고 우리는 그 주변에서 아쉬운대로 잔가지를 열심히 주워모은다.
주변에 널린게 나무인데 정작 뗄감으로 쓸만한게 없어서 이렇게 잔가지만 잔뜩 모았다. 그래도 티끌모아 태산. 트렁크를 나뭇가지로 꽉 채우고 뒷자석에 몇개 싣고 나서야 철수.
멀리서 보면 더 아름다운 우리의 텐트. 단풍과 어우러진 한적한 풍경.
은은한 단풍잎 빛깔이 예술이셔라.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기 시작하고 우리도 슬슬 저녁을 준비한다. 파이어핏 옆으로 라운지를 옮기고 와인을 홀짝거리다 보니 불현듯 오늘의 알코홀이 부족할것 같은 불길한 느낌. 두 언니가 모자란 알코홀을 공수하러 차를 몰고 나간 사이 나는 차콜에 불을 붙이고 떼온 나무를 파이어핏에 올려 점화 준비. 불타는 오늘밤을 준비한다.
워버턴까지 갈 줄 알았던 언니들이 생각보다 일찍 돌아왔다. 와인 한병과 함께. 바로 저녁 시작. 저녁 메뉴는 옆텐트 아자씨가 남는다고 주신 생성 한조각과 한국 마트에서 사온 삼겹살.
오손도손 불가에 모여 앉아 고기를 궈먹는다. 바베큐 그릴에 삼겹살은 처음인데 역시나 밖에서 먹는 고기는 더 맛있다. 1kg의 삼겹살을 먹고 나니 딱 적당히 배가 부르다.
이제 해도 다 떨어지고 어두워지기 시작. 캠프 파이어에 불을 붙였다. 불을 간신히 붙인 후 뗄감을 찾으러 홀에 다녀오니 훨훨 타오르고 있는 우리의 캠프 파이어. 주변을 돌며 흥에 겨우신 재은언니. 캠핑에 빠지셨군요 훗. 역시나 캠핑의 꽃은 캠프파이어다. 캠핑에 빠진 재은언니, 한달에 한 번 오자신다. ㅋㅋㅋ
옥수수와 고구마를 잊어버렸는데 현정 언니가 가져온 밤이 그자리를 대신하고도 남았다. 칼집을 뽕 내고 호일에 잘 싸서 불가에 넣어두면 끝. 밤 궈서 까먹는 재미로 모닥불 놀이가 절정에 이른다. 모닥불 곁에서 와인과 소주와 맥주를 골고루 홀짝 거리며 하하호호깔깔 캠핑장이 떠나가라 웃어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일찍 시작한 덕에 일찍 끝났다. 9시도 안되서 텐트로 든다.
이튿날 아침. 간만에 캠핑와서 늦잠을 자기고 맘을 먹고 10시가 다되도록 잤다. 넓은 텐트에서 편하게 자고 쾌적한 아침을 맞았다. 아침도 라면. 세여자 캠핑와서 세끼 중 두끼가 라면 ㅋ.
아침을 먹고 철수하기 전 잠시 자유시간. 은은한 단풍. 파란 하늘. 그 아래 앉아 잠시 가을에 퐁당 빠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