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번째 자전거 여행
올해 4월에 자전거 여행에 꽂혀 오랜기간 준비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졌던 나의 자전거 여행. 여기서 내가 말하는 자전거 여행이란 자전거와 캠핑이 합쳐진 형태의 여행을 말한다.
편한 숙소도 있고 기차를 타고 가도 될 것을 구지 왜 고생을 사서 하냐고 한다면. 그냥 개인의 취향이다. 무언가를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없다. 그냥 좋은거다. 자전거 여행은 그저 다른 방식의 여행일 뿐이고, 나는 해보고 싶을 뿐이다.
5년 전 또는 3년 전엔 난 자전거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은 자전거가 좋지만 내일 갑자기 흥미를 잃을지도 모른다. 한 때 테니스에 미쳤었지만 이 그런 열정이 없는 것처럼. 다 한 때다. 사람이 왔다 가는 것처럼 좋아하는 것들도 자꾸 바뀐다. 그때 그때 맘이 맞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된다. 언제든지 내 마음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지금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산다.
동호회 사람들과 소렌토로 1박2일 자전거 여행을 두 번 다녀오긴 했지만 두 번 모두 숙소에서 잤고 옷을 빼고는 짐이 거의 없었다. 마침 캠핑 모임에서 정모를 한다고 하길래 나는 자전거를 타고 참가하기로 했다. 혼자 갈 생각이었는데 종호군이 혜성처럼 나타났다. 덕분에 동행이 생겼다.
이번 자전거 여행은 평소의 백패킹 장비를 그대로 자전거에 싣고 떠나는 여행으로 텐트, 침낭을 포함한 숙영 장비와, 코펠 버터등의 취사도구, 그리고 외박에 필요한 기본 장비들을 빠짐없이 챙겼다. 종호군이 이 여행을 하찮게 여길게 예상되어 식량은 각종 과일과 저녁 식량에 간식까지 두 배로 챙겼다. 그런데도 금요일 저녁 짐을 챙기고 보니 페니어가 생각보다 헐렁했다.
토요일 아침
토요일 아침 1000 파크빌에서 종호씨를 만났다. Park St. 를 따라 달리다 보면 Capital City Trail과 만나게 된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트레일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얼마 달리지도 않고 카페에 자전거를 세우고 모닝 커피를 한잔 한다. 이길은 자전거를 타고 몇번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마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랄까.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은 카페였다. 갈 길도 먼데 참 여유있는 우리.
커피를 마시며 옆에 있는 자전거 샵도 기웃거려본다.
근처에는 이 기계가 하나 세워져 있었는데 올해 싸이클리스트를 숫자로 보여준다. 보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 올라가는 숫자. 뭘로 측정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신기했다.
이제 정말 본격적으로 출발.
오늘 가는 길은 좀 우회 하지만 경사가 좀 덜 있는 길로 가기로 했다. 옳은 선택이었는다고 할 수 없는게 차라리 짧고 굵게 가는게 맞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사는 길고 지루했다.
Capital City Trail 을 타고 가다가 Merri Creek Trail로 접어들었다.
말로만 듣던 Trail인데 예상과는 달리 중간에 흙길이 있어 잠시 당황했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공원에서 복숭아를 먹으며 잠시 휴식. 전화기를 확인해보니 근호씨게에 문자가 와있다. 30분 있다가 준민씨네서 출발한다고. 통화를 마치고 우리도 바로 출발.
어느새 Merri Creek Trail이 끝나고 M80으로 접어들었다. 고속도로(?)이긴 하지만 bike-friendly 길.
고속도로 옆으로 이렇게 안전한 자전거 길이 나있을 줄이야. 바람이 밀어주는듯 살랑살랑 가볍게 주행.
M80도 끝나고 Plenty rd로 접어들었다.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 도로 옆 공원에 앉아서 삼각김밥을 먹는다. 얼마 앉아 있지도 않았는데 그새 모기가 엉덩이와 등을 물고 도망쳤다. 망할. 서둘러 약을 바르고 다시 출발했다.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기 시작하니 더워지기 시작했다. 신나게 달리다가 주유소에 들러서 물도 채우고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사먹었다.
이 구간은 잠시 자전거 도로가 없는 구간인데 인도와 도로를 왔다갔다 하면서 안전주행에 신경써야 했다. 곧 자전거 길이 다시 나타나서 다시 맘편하게 주행. 열심히 달려서 Whittlesea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면서 경로를 확인하고 있는데 저 멀리 손을 흔드는 낯익은 얼굴. 준민씨는 차량으로 이동. 장작을 사러 잠시 주유소에 들렀단다. 오는 길에 우리를 봤는데 놀랠까봐 경적은 울리지 않앗다고. ㅋ 화이팅을 하고 다시 출발.
멘붕 오르막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이제 우린 산을 올라가야 한다. 예상과는 다르게 한동안 평지를 달리다 드디어 오르막이 나타났다.
끙끙대며 페달질을 해보지만 경사가 난공불락. 1단에 놓고도 간신히 페달을 밟는다. 짐이 이렇게 나를 잡아 끌 줄이야. 종호씨는 어느새 저만치 앞서가고 나는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페달에 난 끌바를 해야하나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지. 시속 3키로로 달릴지언정 내 페달을 밟겠노라. 숨을 헐떡이며 조금씩 나아간다. 아침에 하늘을 뒤덮었던 구름이 사라지고 엎친데 덮쳐 햇님이 쨍 났다. 더 힘들다. 땀이 삐질삐질.

저 코너를 돌면 끝나겠지 했는데 또 다시 오르막이 계속되니 욕이 저절로 나온다. 그 와중에 뷰는 죽여주니 또 감탄도 해가며 힘든데 행복한 알 수 없는 심리상태로 계속 페달질을 한다. 마음을 비우고 숨을 헛둘헛둘 숨을 고르다 보니 어느새 내 페이스를 찾았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편해졌다. 그래도 끊임없는 오르막은 반갑지 않다.
Kinglake West에서 종호군의 물이 다 떨어져 물을 좀 얻으러 근처의 카페를 찾았다. 물이 떨어지면 수퍼에서 살 생각이나 했던 나와는 달리 들어가서 볼일도 보고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서 나오는 종호씨. 진정한 자전거 여행자의 포스가 느껴졌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 대충 포장된 일차선 도로를 계속 달렸다. 킹레이크 웨스트(Kinglake West)에 도착하면 오르막이 끝날 줄 알았는데 왠걸. 끝없는 꾸불렁 길을 몇 키로를 더 달린 후에야 그동안 힘겹게 달려온 오르막을 보상 받는 시간, 페달링이 필요없는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아 아름다운 내리막. 환호성이 절로 나오는 고마운 내리막.
신나는 내리막 끝에 킹레이크(Kinglake)에 도착했다. 몇시간동안 열라 페달질을 하다가 잠시 쉬었더니 다리에 힘이 쪽 빠졌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고 엉덩이에 휴식을 주기 위해 마을 코너에서 잠시 휴식. 남은 과일을 마저 먹고 흐물거리는 허벅지에 힘을 줘본다. 이제 내리막이야라고 위로를 하며 다시 출발.
남은 거리 약 10km. 도착하기로 했던 17시를 30분 남겨뒀고 남은 코스는 이제 내리막이니 여유롭게 도착할 거라 예상했는데 이게 뭐야. 상상했던 멋진 내리막은 어디로 가고 또다시 꾸불렁 길이 시작이다. 얼마 되지도 않는 오르막에 욕이 나온다. 이제 에너지 고갈.
3km 정도를 지친 상태로 천천히 페달을 밟는데 갑자기 페달링이 수월해지기 시작, 드디어 약 7km의 아름다운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끝을 장식하는 길고 긴 내리막길. 처음엔 너무 신나고 시원해 마냥 기쁘다가 계속 되는 내리막이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 길을 내일 올라야 하는데..
내리막을 내려오다 그랬는지 어디선지 펑크가 났다. 느낌이 이상타 했는데 뒷바퀴가 납작하게 주저앉아 있었다. 다 왔는데 길에서 시간을 보내긴 그렇고 가서 처리하기로 하고 그 상태로 그냥 계속 페달을 밟아서 17시가 조금 넘어서 캠프사이트 도착했다. 우리가 꼴찌다. 그래도 어쨌든 왔다. ㅎㅎ 7시간 걸렸다. 거리는 집에서부터 약 93km. 아 오늘은 진정 내 자전거 라이프에서 가장 힘들었던 날이었다.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후딱 텐트를 쳤다. 화장실 앞 물탱크에서 대충 씻고 정신을 차리고 낯익은 닉네임을 가진 회원들과 인사. 이미 낮부터 와서 캠프를 차린 이 분들의 저녁식사에 꼽사리로 껴서 술과 고기를 실컷 얻어 먹었다. 간단히 저녁을 준비해 가긴 했지만 차려진 진수성찬에 꺼낼 필요조차 없었다. 마음은 모닥불가에서 밤새 앉아 있고 싶었지만 파도처럼 밀려오는 피곤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굿나잇. 내일 봅시다.
TCX
Topic: kinglake-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