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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lake 자전거 여행 #2 이번 여행에서 배운 것
23 Nov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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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어제 너무 무리를 해서 자고나면 근육통이 생길 줄 알았는데 다행히 아무렇지도 않았다. 날씨도 좋구나. 출발에 앞서 어제 난 펑크를 처리해야 했는데 펑크를 찾아 때우는건 시간도 걸리고 귀찮은 일이라 그냥 여분 튜브로 교체했다. 손펌프로 넣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 타이어가 탱탱하지 못한 상태로 달려야 한다. 캠핑장을 나가자마자 올라야 하는 오르막도 걱정이고 물렁물렁한 타이어도 걱정이다.

텐트는 아직 젖은 상태지만 해가 떠오를 때까지 기다릴 순 없는 노릇.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아침을 간단히 챙겨 먹고 9시가 되기 전에 출발한다. 어제 신나게 내려왔던 그 아름다운 내리막이 오늘은 두려운 오르막이 되었다. 종호군은 여유로운 아우라를 뿜으며 먼저 올라가고 나는 뒤에서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종호군의 오르막 지그재그 신
종호군의 오르막 지그재그 신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산길이라 차도를 지그재그로 왔다갔다 하며 페달링을 한다.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페달링을 하다보니 막막하게 느껴졌던 7km의 오르막을 아주 수월하게 별로 힘 안들이고 오를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오르막을 대하는 자세이다. 오르막만 보면 너죽고 나죽자는 마음으로 전투적으로 달려들었는데 그래선 쉽게 지칠 뿐이었다. 정복하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힘을 빼고 천천히 페달을 구르다보면 아주 느리긴 하지만 자전거는 굴러간다. 특히나 끝을 알 수 없는 오르막에서 초장에 힘을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라면 최대한 편안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주변을 즐기면서 천천히 오르는 것이 바로 내가 배운 오르막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이다.

오르막이 끝나고 잠시 앉아서 쉬고 있으려니 아저씨가 다가와서 말을 걸어왔다. 어디서 왔냐 어디로 가냐.. 자전거에 짐을 싣고 다니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걸어 온다.

내리막
내리막

이제 집에 가는 길은 내리막과 평지다. 몇번 와본 곳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어제보다 거리도 짧고 트레일도 잘 나있어 부담이 없는 경로이다. 마음도 가볍게 랄랄라.

Diamond Creek에 들러 점심을 먹고 앉아 있으려니 한적한 휴일 오후의 느낌이 난다. 한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기름지고 배부른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 평화로운 트레일을 따라 달린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저녁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할 것 같았다. 아침에 급히 출발하느라 미처 말리지 못한 텐트를 잔디밭에 펴놓고 낮잠을 잔다. 아 이것이 인생.

시티에 도착해서 이틀간 방출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닭갈비 집으로. 둘이 실컷 배불리 먹고 여행을 마무리.

이번 여행의 흔적. 선크림을 바르며 미처 신경쓰지 못한 부분이 이렇게 타버렸다.

내가 경험한 자전거 여행은.. 매일 아침 출퇴근을 하는 것과는 달랐다. 로드바이크로 오르는 오르막과 짐을 싣고 오르는 오르막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여행내내 왠만한 오르막에선 무조건 기어를 최대한 낮추고 날렵하고 가볍게 페달질을 했다. 뒤에 실은 짐 때문에 책임져야 할 무게가 많아졌으니 무릎에 무리를 피하기 위해 평지를 달릴 때도 평소에는 써본적이 없는 6단(앞 2단 * 뒤 3단) 에 놓고 평지를 달렸다. 자전거 여행 하루만에 거지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결코 사진처럼 아름답고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것을 깨닫고 나니 자전거 세계 여행이 왠지 더 아득하게 느껴졌다.

흔희 인생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도 그랬다. Life is like riding a bicycle. To keep your balance, you must keep moving. 균형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자전거와 인생은 비슷하지만 각자의 속도와 달리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인생엔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으니까. 오르막에선 더 열심히 페달을 밟아야 하지만 그 끝의 내리막에선 잠깐 쉬어도 된다. 매일매일을 전쟁처럼 살 필요는 없다. 스스로 지속가능한 페이스로, 쉬고 싶을 땐 쉬고 달리고 싶을 땐 달리면서. 그 과정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달리는 게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이다.

배운점

  • 짐은 가벼울 수록 좋다. 오르막에서 큰 차이.
  • 선크림을 정말 꼼꼼히 바르지 않을거면 긴팔을 입는게 좋다. 또는 쿨토시.
  • 도로를 달리다보면 손을 흔들며 응원해주는 운전자도 있지만 경적을 울리며 차를 들이대는 미친놈도 있다.
  • 펑크 작업을 할 때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하는 것이 좋다.
  • 멜번 구석구석에 가보지 못한 길이 너무 많다. 한 번 가본 길이라고 익숙하지 않다. 세번은 가봐야 와봤다 싶다. 나는 길치다.
  • GPS 배터리는 1.5일 간다.
  • 자전거를 하루종일 타니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T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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