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를 우연히 제주에서 만나게 되었다. 각자 계획한 여행 기간이 맞아떨어져 만나서 함께 걷기로 했다.
보리가 나보다 하루 먼저 왔는데 첫째 날은 비가 와서 못 걷고 차를 빌려 관광을 했다고 한다. 원래는 주말 중 하루 한라산에 가려고 했지만 주말 내내 비 소식이 있어서 한라산은 가볍게 내려놨다. 서귀포에서 만나 같이 차를 타고 제주시로 이동, 차를 반납하고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보리가 날 픽업하러 서귀포로 왔다. 집 앞에서 보리를 만나 차를 타고 제주시로 넘어간다. 한라산을 넘어가는 길. 나도 모르게 관광 가이드가 되어 중간중간 차를 세우고 경관 감상ㅋ
비 예보였는데 다행히 날이 갰다. 날씨가 좋아 보여 한라산을 포기한 게 내심 아쉽기도 했다. 제주시에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공항에서 조천가는 101번 급행 버스를 탔다.
출발에 앞서 밥을 먹고 가기로 하여 점심 메뉴로 몸국을 골랐다. 맛은 뭐 그냥 무난.
오늘 걸을 올레 19코스. 조천 만세동산에서 김녕포구까지다. 만세동산 주차장에 있던 시작 지점이 근처 올레 안내센터로 옮겨져 잠시 헤맸다.
도장 찍고 시작.
늘 지나다니던 익숙한 길. 오늘은 쌀보리와 함께 걷는다. 실은 오늘 갈 길이 멀어 조천에서 함덕까지 쇼트컷을 썼다. 사진으로는 찍히지 않는 제주의 바람. 바람이 무척 심했다.
바닷가에서 멋진 풍경을 보며 커피를 마시려고 했는데 바람 때문에 망했다. 광활한 함덕 해변에서 커피잔 들고 걷다가 바람에 날아갈 뻔했다.
서우봉 오르는 길. 매일같이 오르던 서우봉. 늘 3월엔 유채꽃이 피던 곳인데 올해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것도 코로나 때문인가. 아쉽네.
선셋 포인트에서 단체사진 찍고
서우봉 넘어가는 길. 언덕이 바람을 막아주어 잠시 평화로웠다.
서로 사진 찍어주기 ㅎ
유채꽃은 없지만 파란 들판과 파란 바다가 있으니 이걸로도 충분하지.
씩씩하게 다른 길로 갔다가 보리가 부르니 다시 돌아오는 쌀. 귀엽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고. ㅋㅋ
서우봉을 넘어 북촌 도착. 조용한 마을이 맘에 들었다.
북촌 마을을 벗어나 너분숭이 4.3 기념관에 들렀다. 늘 그냥 지나다녔는데 오늘에야 가보게 되네.
제주의 아픈 역사에 대해 알고 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마음이 무거운 만큼 오래 기억되겠지.
나도 조용한 북촌을 좋아하는데 보리도 맘에 들어했다.
북촌 등명대. 4.3 학살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역사의 현장을 탐방 중인 쌀. 이럴땐 진지모드.
북촌 포구를 지났다. 길을 건너면 이제 내륙으로 들어가서 걷는다. 바로 해안 도로를 따라 김녕까지 가는 길도 있지만 중간 스탬프가 있는 동복리 운동장을 지나가야 해서 올레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그래도 갈 길이 멀기에 올레길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지도를 보고 약간의 쇼트컷을 썼다.
처음 걷는 길인데 생각보다 좋았다. 숲을 걷는 길은 모두가 좋아하니까.
19코스 중간 스탬프를 찍고 서둘러 김녕으로 향한다.
걷다가 길에서 발견한 귤. 내가 원래 뭐 주워 먹고 다니는 스타일은 아닌데..
버린 거 주은 귤 치곤 넘 맛있었다.
어느새 19코스 종착지점이자 20코스의 시작 지점.
스템프 찍고 마무리. 약간의 숏컷을 쓰긴 했지만 그래도 12시가 넘어 시작한 것치곤 선방했다. 6시 전에 끝났다. 김녕 시내에서 저녁 먹고 각자의 숙소로 해산.
다음날 아침.
나는 며칠 월정리에 있을 예정이었기에 같이 월정리서 점심을 먹고 남은 걸음을 배웅하기 위해, 김녕에 출발해 월정으로 걸어오던 쌀보리를 마중 나갔다.
바람은 봄인데 풍경은 아직 겨울.
월정리는 너무 상업화됐지만, 마을로 들어서는 길에선 나름 제주의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가려고 했던 식당이 문을 닫아 해변에 있는 식당 중 그나마 사람이 좀 많은 식당에 들어갔는데 그야말로 관광 식당이었다. 비싸면 맛이라도 있었야지. 월정리에서 밥을 먹을 땐 늘 뭔가 바가지를 쓰는 느낌이 든다. 점심은 기필코 내가 사려고 했는데 비싼 밥은 오빠가 사는 거라며..
해안 도로를 따라 걷는 길. 파도치는 바다엔 서핑 중인 서퍼들.
금방 중간 스탬프 지점인 행원포구에 도착했다.
중간 스탬프 찍고
다시 걷는다.
바닷길 따라 걷고.
골목길도 걷고.
다시 바닷길. 골목길과 바닷길을 번갈아 걷는 길.
함께 걷는 길. 즐거운 길.
평대 해변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잠시 쉬었다가 해산. 나는 월정으로 쌀보리는 세화로. 안녕, 다음에 또 만나요!